오라버님과 오빠야
세 동생이 방문해왔다
막내 여동생은 한 달에 한 번씩 꼭꼭 방문해서
혼자 사는 오빠 밑반찬 만들어 텅 빈 냉장고 채워 놓고 가곤 했다
그렇게 하는 변은 어려운 농촌에서 부모 대신 오빠 덕에
공부도 하고 이만큼 잘살게 해주었다는 은혜에 대한
작은 보은이라 하지만 사실을 그게 아니고
내가 만년에 외롭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막냇동생은 꼭 어머님을 닮아 유난히도 정이 많아
그 정을 나누어 주고 싶어 하는 참 착한 동생이다
그런 막냇동생이 또래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이곳 노천온천에
다녀오는 길에 들렸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알고 있었는데 동생 친구니까
여동생처럼 대하다 보내 오라버님 하며 친하게 지냈는데
그중 일본계 미국인인 카치고는 어디서 작심하고 배운 것 같았다
만나자마자 소녀처럼 오빠야, 오빠야! 하면서 인사를 했다
환갑이 되어 가지만 오빠야 하는 그 인사가 마치 소녀처럼 귀엽고
친근감이 마력처럼 느껴 젖다
그래서 오라버님 안녕하셨어요 하는 또 다른 동생에게
이봐, 자네도 오라버님 하지 말고 오빠야 하라 했더니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조그마한 소리로 오빠야 했다
큰소리로 오빠야 해봐
부끄러워서 했다
그래도 오라버님보다 아빠야! 가 더 듣기라 좋으니 오빠야 해라
그제야 오빠야! 오빠야! 톤이 높아지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언어라는 게 아 와 어가 다르다더니 정말 그랬다
오라버님은 어딘가 늙은 기분이지만 오빠야! 라는 소리를 들으니
싹 젊어진 느낌에 더욱 귀엽고 친근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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