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살맛 나는 이야기

80 생애에 가장 잘 한 일중의 하나

benny kim 2015. 12. 20. 12:26

-그래도 잘한일은 있었구나- 

사장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만

우리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아이 아빠 전과자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어린 아기를 둘러업고 회사 사무실로 찾아와 무릎을 꿇고 애걸하는 공장장 부인의 하소연이었다. 지금부터 40여 년 전 1960년대 때의 이야기다. 당시만 해도 대학을 나온다 해도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었고 더욱이 연좌제가 살아있어 부모 형제 방계가족 중에 전과자가 있다면 취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할 때인지라 부모가 전과자가 되고 나면 그 자녀들의 앞길도 가로막아 원망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었으니 엄마 된 마음에서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O 아무라는 공장장은 내가 군대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였고 법대를 나와 교회에도 열심히 다니는 성실한 신앙인이었다. 필자는 60년대 초반에 발명특허를 받은 제품을 가지고 창업에 성공했고 이 친구를 공장장으로 동생은 영업과장 조카를 영업부에 취직을 시켜 주었다. 당시 창업 이후 95% 이상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문은 닫게 되지만 그래도 처음 몇 안 되는 회사 직원들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한참 잘 나가던 때였는데 갑자기 주문이 뚝 떨어지고 거래처로부터 제품이 종전과 같지 않다는 불만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상표 포장은 모두 똑같았지만 내용물은 분명 본사 제품이 아니었다. 흥신소에 의뢰해서 추적한 결과 공장장 영업과장 배송담당 조카가 한 조가 되어 따로 공장을 차려 놓고 짝퉁을 만들어 본사로 주문 오는 것을 가로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장장은 제품 처방을 빼내었고 영업부에서는 버젓이 출퇴근은 열심히 하면서 주문 오는 것을 빼돌리고 있었으니 참으로 그 배신감은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본사 신고로 경찰은 짝퉁 공장을 급습 세 사람을 특허법 위반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 방지법으로 체포되고 검찰에 송치되고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공장장 부인이야 어찌 이런 사실을 알았겠는가? 특히 이부인은 처녀 때 공장장에게 순결 을 바쳤던 것인데 이 친구의 변심으로 자살 하려 한 사실까지 알게 되었고 결국 필자가 나서서 이 친구를 데리고 색시 댁을 방문해서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한 인연이 있어 공장장 부인은 필자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도저히 용서되지 않았지만, 이 부인의 애처로운 호소에 나의 마음은 풀어 질 수박에 없었다.

아주머님 회사는 신용이 생명입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를 한번 잃어버리면 그것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십니까. 그동안 본사에서 봉급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어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 더욱이 하나님을 믿은 신앙인으로서 말입니다

그래도 어떡하겠습니까? 아주머님과 부부의 연을 맺게 한사람이니 아주머님과 저 순진한 아기의 앞길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전과자가 되지 않은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약속을 했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무죄 방면이 되게 하는 방도를 상의했더니 특허법은 친고죄임으로 고소인의 취하로 방면될 수 있지만,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 방지법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고소인이 손해 배상을 포기하고 용서한다는 탄원서가 첨부되면 무죄 방면의 길이 있을 수 있다 해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겨놓았다 원고인 본인이 이런 탄원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오직 피고 부인의 위대한 사랑과 내조의 힘이었다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지 피고인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첨부했다. 그렇게 해서 피고인들은 방면되었다

주위의 많은 사람이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했지만 지난 인생 여정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산수(傘壽8)의 마루턱에 올라서서 되돌아보니 내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