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기

23년 철마에 얽힌 이야기

benny kim 2012. 5. 14. 08:18

23년 철마에 얽힌 이야기

나와 함께 23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 해온 다 찌거러진 1986년도 닛산

픽업추력이 한 대 있다

23년 전 일본분이 타던 차로 이분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내가인수 하였는데

당시에는 약 3만마일 정도 새 차같이 성능이 좋았다

평소 정장 차림으로 예를 갖추어야 할 곳에 갈 때 이용하는 승용차는

따로 있었고 그동안 3번이나 바꾸었지만 이놈과는 아직도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처럼 정장을 하고 다니는 것보다 평상복이나

작업복 차림으로 있을 때가 훨씬 더 많고 편안하다보니 이런 때는

이놈을 타고 다니게 된 거고 이놈과 얽힌 애환도 많았던 것 같다

제1화

이차를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었는데 내가 고용하고 있었던

남미인 여석에게 이차로 심부름을 시켰는데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차도 없이

혼자 터덜거리며 돌아왔다

아니 자네 차는 어디 두고 혼자 오는가.

차요?, 흑인 녀석이 뺏어 가버렸습니다

아니 청천대낮에 차를 빼앗기다니 무선 소리인가

빨간 신호등 앞에 서있는데 흑인이 옆문을 열더니 권총을 허리에 대고

조용히 내리라 하더군요.

그래서 겁이 나서 내렸지요 그런데 그녀석이 차를 타고 가 버렸습니다. 했다

별수 없이 경찰에 도난신고를 해두었었는데 약 2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에서 차를 찾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가서 보니 이거야 원 자동차 엔진에서부터 카스트레오 등등 몽땅 다 빼어 가고

자동차 골격만 남아 있었다.

폐차 처분 해 버리려다 골격이 아직 새것과 같으니 엔진만 갈아 끼우면

사는 것보다 낮다기에 그렇게 해서 다시 새 차를 만들었다

제2화

어느 날 어두운 저녁 자동차 서비스 공장에서 차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었는데 교통경찰이 정지신호를 번적이면서

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반한 일이 없는데 웬일인가 하고

 

가까운 로칼 도로로 내려 마침 외등이 환하게 밝히고 있는 몰 안으로

들어가서 차를 세워 놓고 뒤로 돌아보았더니 아니 이건 또 무슨 짓인가

두 경찰관이 양옆에서 권총을 겨누고 있지 않는가.

이런 경우 반항을 한다든가 움직이게 되면 가차 없이 쏘아버리는 것이 미국 경찰이다

양손을 머리위에 올리라는 마이크 소리에 손을 머리위에 올렸더니

한 여석이 잽싸게 운전대 문을 열더니 내손을 비틀어 치박으로 잡아

당겨 놓고 뒤쪽으로 수갑을 채워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난생처음 얼떨결에 수갑을 찬 것이다

나도 화가 낫다

무슨 짓인가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는가 하고 항의를 했더니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하며

발로 아랫도리를 차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온몸을 수색하더니 다른 녀석이 뒷주머니 수첩을 끄집어내어

신분증을 갖고 경찰차로 돌아가 신원 조회를 하는 모양 이였다

한참 후에 돌아온 녀석이 수갑을 풀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차 누구 것이냐 고 물었다

내 것이다

어디 가는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디 갔다 오는가

이차 도둑맞았다 되찾았는데 정비소에서 수리하고 찾아가는 길이다

수첩을 돌려주면서 미안하다 아직 도난 차랑 기록 을 삭제하지 않아

차 도둑으로 오인한 것이다

제3화

이곳 시골에는 아직 비포장도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면 돌

짝 밭도 있다

주위의 농장을 하시는 한국 분이 트럭이 필요하다며 빌려달란다고

원래 미국에서는 차와 마누라는 빌려 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포애(?)를 발휘해서 차를 내어 주었다가 이번에는

자동차 바디를 다 망가트려 놓고 그대로 돌아왔다 이 양반

야생 선인장 채집 한답시고 길도 아닌 험한 산길 자갈밭을 몰고 다니면서

머플러도 터지고 앞뒤 사방 끓긴 자욱으로 그림을 그려 놓고 그대로

돌려주었는데 이웃끼리 싸울 수도 없고 참을 수박에 없었다.

제4화

엎친데 겹친 격으로 어느 추운 겨울 아침 떠날 때는 멀쩡하던 날씨가

돌아올 때는 눈이 쌓여 눈길이 되어 있었다.

스노타이어도 아닌지라 조심조심 운전을 했는데도 내리막길에서 결국

미끄러지면서 길가 전신주와 키스를 하는 바람에 차 범퍼 보데 모두

찌거러지고 이거야 정말 볼품없는 고물차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바디샵 에 가져갔더니 이건 고치는 값이 찻값보다 더 나간다며

폐차 시켜 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10여년 고락을 같이 하는 동안 정이 든 것인지 선뜻 형장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모양은 정크 이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니 그대로 타고 다닌 것이다

이놈도 형장으로 보낼까 겁이 난 것인지 그 후10년 동안 잔 고장조차 없이

엔진 오일만 갈아주면 잘도 굴러다니며 나를 즐겁게 도와주기를 구금 23년이다

겉보기에는 천하에 못난 놈이었지만 속은 참으로 말썽부기지 않고 묵묵히

주인의 시키는 대로 굴려 다녀 주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인물은 못났어도

심성은 비단 같은 거와 같았다고나 할까

제5화

어느 날 이 차 겉모습보다 못한 목사님 한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이었는데

홈대포 (건축자재상가) 주차장에서 만났다

목사님 왈

김 선생 그 트럭 좀 빌려 줄 수 없겠습니까.

목사님은 내차보다 더 좋은 트럭이 있는데 왜 이 고물 차 을 빌리려 하십니까.

목장에서 쇠똥거름을 좀 싣고 와야겠는데 한번 싣고 오고 나면 쇠똥 냄새가

오랫동안 빠지지 않아서 그래요

아니 목사님! 아무리 고물차라 하더라도 내차를 사용하면 쇠똥 냄새가 안 납니까.

나겠지요. 허나 그 차는 자주 쓰시는 차가 아니지 않습니까.!!!!!!!

자주 쓰는지 않는지는 내가 알지 목사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다고 고물차라고 해서 냄새가 나도 상관없다는

그런 말씀인데 참 듣기가 거북합니다.

 

참내 목사님 마음은 우리 고물차 내장보다 겉모습과 똑같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돌아온 일도 있었다.

이런 분이 목회를 하고 있으니 훌륭한 목사님까지 욕을 먹게 되는 거지

제6화

그런데 이렇게 착한 차를 내가 배신을 해서 이제 장말 폐차장으로 모내야

할 판이 되어 가슴이 아프다

 

며칠 전 물건을 싣고 먼 길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엔진 소리가 이상해지더니 멈춰 서 벼렸다

밤이라 비상등을 켜놓고 본냇을 열자 수증기가 솟아 나왔다

엔진과 라지에다 연결된 순환 호스가 터져 냉각수가 다 빠져 엔진이 과열된 것이다

애플사!

내가 이놈을 부려만 먹고 20여 년 동안 한 번도 점검을 해보지 않아

이 지경이 되도록 모르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나의 충직한 철마야

주인 잘못만나 아직도 한참 건강한데 수명을 다해야 하나보다 네

몰골은 못생겼어도

나는 그런 모습 그대로를 좋아했었는데---.

되살릴 수만 있다면 그런 모습 그대로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동차 정비소에 보내놓고 있다

수리비가 찻값보다 더 비싸다고 말하겠지 그래도

나는 너를 되살려 놓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