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기

만원사례! 우리집 냉장고

benny kim 2006. 11. 28. 21:42

요즘 우리 집 냉장고에는 김치 병은 기본이고 초만원이다

냉동된 커다란 터키 한 마리는 냉동실에 버티고 앉아 있고

가래떡 시루떡 찹쌀떡 밑반찬으로는 멸치 복음, 오이지, 명란젓 등등

여기에다 김밥에 곰탕 설렁탕 커다란 김치 병에 푹 고은 우족탕도 있다

냉장고 앞에는 사과 배 오렌지를 비롯해서

매실, 석류 엑기스, 버섯크림 인삼, 홍삼 등등 통조림도 커다란 박스에 하나 가득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이놈들을 다 먹어 치우려면 몇 달은 걸리겠다.

 

누가 보면 혼자 사는 영감탱이가

먹자 욕심은 대게 많다고 하겠지만

이거 내가 돈 주고 산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 이게 어디서 나왔는가?

Thanksgiving Day 전후해서

도둑님들이 갖다 놓은 것이다

 

이곳은 미국의 소도시이지만

옛날 옛적 보리 고개 힘들게 넘기던 시절

배는 곱아도 이웃 인심이 풍성하던

우리네 시골 민심과 흡사 한곳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넓게 울타리는 처져 있지만

대문도 헌관문도 24시간 열려 있다

 

왜냐 하면 내가 나가고 나면 빈집이다

그래서 도둑님이 오면 가져온 음식을 밖에다 두고 가기 때문에 상하는 수가 있다

 

도둑님이라니?

남의 집에 들어와서 물건훔처 가는 놈은 도둑놈이지만

먹을 것 가져 와서 냉장고 채워주는 고마운 방문객은

도둑님이시다

 

내가 있을 때는 가져온 음식 고맙게 받고

다른 분들이 가져온 것 선물로 드리고 해서

냉장고 밸런스를 맞추어 놓고 있었지만

 

요즘 연말이 가까워 집을 비우는 때가 만다보니

이렇게 냉장고가 배가 터지도록 만원이 되고 말았다

 

냉장고야!

이제 너 이러다가 배탈 나겠다!

 

그래서 내린 처방이다

“감사 합니다! 만원사례!”

"아무거나 필요하신 것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커가란 처방전 스티커 냉장고 문 앞에 부쳐 놓고

허허, 뎄다 !

오늘도 영감탱이 혼자서 너털웃음을 치고 대문 앞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