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찾아와도
80년 전 내가 태어난 곳 경상남도 주촌면 천곡리
까마득한 옛날 내가 놀던 외딴 산골 마을이 그립다
낙동강 지루의 작은 골 자기 수정같이 맑은 물에
은빛 뱃살을 번적이며 뉘노는 피라미 때들과 함께
친구들이랑 발가벗고 물장구치며 먹 감던 그 개천이 무척 그립다
멀리 보이는 두 봉우리 산이 마치 소뿔처럼 생겼다 해서
소뿔 따구 산이라 했는데 눈이 온 후 이산에 올라 토끼 발자국 따라
토끼 사냥하던 기억이며, 가을이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밤송이 밑에서 밤을 줍던 즐거움도 오래도록 추억 속에 잠들어 있다
한여름 장마철 장대비가 오는 날이면
낙동강 잉어 떼들은 새 물 냄새 따라 이 꼴 자기로 올라왔다가
비가 자자 지게 되면 다시 강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이때 길고 커다란 대나무 발을 개천을 가로질러 쳐놓게 되면
잉어 떼들은 점프하면서 뛰어넘어 가려다 중간에 걸려 잡히는 것
잉어 풍년 커다란 함지박 얼마나 많이 잡았던가?
벼가 한참 익어가는 가을이 되면 볏논에는 모두 물고를 헐고
물 빼기 작업이 시작되기도 했는데 이 물고에 통발을 설치해놓고
하룻밤을 지나가게 되면 살찐 미꾸라지가 그득 잡히지
할머니 어머님은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 만들어 산초가루 뿌려 먹게
되는 그 맛 일생동안 다시 만자 보지 못한 일미였었는데
가을 추수가 다 끝나고 겨울이 오게 되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논에는 또 한 차례 우렁이 잡이가 시작되는 거지
살짝 얼어붙은 논에는 우렁이가 겨울잠 자기 위해 파고 들어간
흔적을 찾아 호미로 파게 되면 살찐 우렁이가 나오는 데 이놈들을
잡아 우렁이 짐을 만들어 먹던 추억도 잊을 수 없는 내 고향의 모습이었다.
봄이 오면 뒷동산 진달래가 만개하여 온 산을 환상의 동산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동무들이랑 버들피리 만들어 불면서 동산에
올라 뒤 놀던 때 아 그때가 참아 그리워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 이민을 와서 몇 십 년을 살다가 고국 사천이 그리워
내 고향을 찾아간 적이 있었지
아 그러나 내가 그리던 그런 고향산천은 아니었다.
진달래가 만개하던 그 뒷동산은 간곳없고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 숲이 숨을 막히게 하고 있었다.
발가벗고 먹 감던 개천 맑은 물을 간곳없고
공장폐수로 오염된 썩은 물만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꿈속에나마 그리워하던 고향산천마저 잃어버렸으니 고향이
그리워 내 고향 찾아간 것이 내 일생에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비행기 차창을 내다보면서 멀어져 가는 고국산천을
바라보면서 쓸쓸히 흥을 그리는 노래는
최 갑섭 씨의 “고향에 찾아와도” 이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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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xlIc3aBls2Q
1.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두견화 피는 언덕에 누워
풀피리 맞춰 불던 옛 친구여
흰 구름 종달새에 그려보던 청운의 꿈을
어이 지녀 가느냐 어이 세워 가느냐.
2.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실버들 향기 가슴에 안고
배 띄워 노래하던 옛 친구여
흘러간 굽이굽이 적셔보던 야릇한 꿈을
어이 지녀 가느냐 어이 세워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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