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기

노인들의 우정

benny kim 2008. 1. 11. 09:05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 하나 둘 곁을 떠나보내면서 이제는 저세상 가는데 순서도 없다고 푸념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중 한분이 임회장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매일 아친 6시가 되면 반드시 전화가 온다.

이분은 아직 옆에 부인이 계시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참 다복하신 분이다

아드님은 미국에서 보기 드문 호텔 경영의 귀재이다

Holiday Inn 이라는 미국에서 유명한 호텔 그룹 중의 하나인데 미 전국에 수천 개의 체인점이 있는데 호텔의 나이도 젊고 위치도 좋은데도 불구하고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곳은 Holiday Inn 본사에서는 임 회장 아드님에게 맡아 달라는 오퍼가 들어오게 된다. 왜냐 하면 이분이 맡아 경영에 들어가면 1년 안에 당장 매상이 올라가고 흑자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사람에게 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수하여 호텔을 흑자로 전향시켜놓고 수십 만 불에서 수백 만 불의 경영노하우를 붙여 다른 분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그런대 이분이 몇 일전 며느님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국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여 아드님을 도우고 있지만 요즘 한국에서 자란 아이 같지가 않고 남편보좌역을 하면서도 시부모에 대한효성이 지극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 며느리가 이변에도 깜짝 놀라게 했다는데 그것은 홀리데이 본사에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60만불(5억 4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어걸고 참신한 새로운 호텔 로고 현상공모를 했는데 수천 대 1의 관문을 뚫고 당당하게 당선되어 단숨에 60만불을 손에 쥐었다고 자랑을 했다

한국의 젊은이들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절대로 뒤지지 않은 재능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중명한 것인데 한국의 도토리 키 재기씩 평준화 교육제도가 이런 재능을 사장시키고 있다 하겠다.

만약, 역시 호텔경영을 전공한 아드님의 배필이 되지 못하고 전공을 살릴 수 없는 평범한 주부로 있었다면 세계적인 호텔경영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투각을 나타내 보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임 회장님이지만 아들딸 미국의 핵가족 문화 속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사막의 한복판에 혼자 달랑 남아 살고 잇는 이 사람과 진배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서로 안부 전화를 해오는 것은

언젠가 내가 이런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이보 임 회장 당신이야 마나님이 아직 옆에서 지켜 봐주고 있으니 별일 없겠지만 이 사람은 엽지기가 잇나 딸 둘이 남아 있긴 해도 한 달에 한두 번 전화해 주는 것이 고작이나 어느 날 갑자기 저세상 간다 해도 세상에 알려 지려면 몇 주가 될지 몇 달이 될지 모르겠소이다. 그러니 당신이 가끔 안부전화나 해주시오 농담 삼아 한 것인데

그럽시다. 해놓고서는 매일 아침 일과처럼 주거니 받거니 전화를 한다.

어쩌다 전화수화기를 잘못 놓아 전화를 받지 않을때도 있다 

 이럴 때 임영감은 혼자 안달이 나서 이 사람의 동생 에게 전화를 해서 가보라고 야단법석을 떨 때도 있다 우리 늙은이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심정이지만 젊은이들에게야 뭐 그리 실감이 나지 않으니 약이 오르는 모양이다.

종일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무선 사고가 난개 틀림없다 짐작하고 직접 운전을 해서 85마일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달려와서는 호통을 치기도 한다.

 

야, 이 영감탱이야 왜 전화를 받지 않고 날 이곳까지 달려오게 만드는가 하면서 핀잔을 주는 그 마음속에 우리 늙은이들의 세계에서만 나눌 수 있는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