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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인생 65년-분재가 취미의 왕이라는 증거

benny kim 2016. 6. 20. 02:08

분재인생 65-분재가 취미의 왕이라는 증거




내가 분재를 만난 지는 꼭 65년이 되었다

당시 부산 사범 병설중학교 1학년 그해 6.25전쟁이 발발하고 학교는 미군 숙소로 변해 벼렸다. 학생들은 무기한 휴학 각자 고향으로 갈 수 박에 없었다. 이렇게 중학 일학년은 공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빈둥거리다 중학 2학년이 된 것이다

그러나 고향인 김해에는 김해 농업 중학교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6년제 중학교만 있었고 사범학교 이외 일반 고등학교는 없었다.) 정부에서는 피난 학생들을 위해 학교 소속 불구하고 현지 어떤 학교에서 든지 출석해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함에 따라 김해농업중학교에 출석을 해보니 피난학생들이 달고 있는 학교 배지는 가지각색 학교 배지 전시장 같았다

내가 김해 농업 중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과목이 원예과였고 학교의 실습농장에 생전 처음 보는 가지각색의 꽃에 반해 버렸고 학교가 파하고 나면 당시 최한봉 원예과 선생님이 직접 운영하는 화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한겨울 잎은 다 떨어지고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분재를 만난 것이 처음이고 오늘날까지 분재와 함께하게 된 동기가 된 것이다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꽃과 분재 취미에 심취하게 되었는데 오늘날까지 분재와 함께하는 생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본국에 있을 때는 사업이 주업이었고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도 분재 취미는 계속되다 보니 분재 작품 수는 늘어나고 뒤뜰은 분재원이 되어버렸지만 더는 전시할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1991년 중앙일보 미주 지사 구동수 기자님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에 한국분제 문화를 최초로 전수한 김병희 씨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다 1992년 한국처럼 4개 절이 있고 분재 소재로 으뜸인 야생 캘리포니아 향나무가 지천으로 깔린 이곳 필렌에 터를 잡고 이사를 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분이라고는 이창구씨가족이 유일한 이곳으로 이주한 목적은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노후를 분재와 더불어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20년 후에는 10 에크 부지에 분재 명품들만 모아 분재 공원을 만들어 놓고 미국 분들에게 한국 분재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분재란 대를 이어가면서 명품이 탄생하는 법인데 분재 공원 운영을 이어 가겟다 고 약속한 유일한 아들 녀석이 수영하다 익사사고로 아빠의 가슴에 한을 남겨 놓고 먼저 가버려 분재공원의 꿈도 접을 수박에 없었다.

분재 공원의 꿈은 깨어져 버렸지만 수천 개의 작품이 제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외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미 전국에서 분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분재원이 되어 버렸다

분재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에게 65년 분재 인생 체험에서 얻은 교훈을 이렇게 전해 주고 있다

*분재는 물과 거름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고 작가의 사랑과 정성을 먹고 자라는 것이고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작품으로 변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분재 작가일지라도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는 절대로 완성된 작품은 볼 수가 없다 따라서 분재작가에서 대가라는 말은 없다. 다만 자연을 다스리는 창조주의 조수에 불과 한 것이지만 그러한 조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에 순종하는 겸손이 함께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분재가 왜 취미의 왕인가

분재에 심취하게 되면 일과를 마치고 술집이나, 노래방, 놀이방, 등등 옆길을 갈 수 없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분재를 돌보기 위해서는 집으로 퇴근 할 수 밖에 없도록 길을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분재는 작가가 몇십 년 함께 하면서 사랑과 정성을 쏟아 오는 동안 골동품처럼 어느덧 큰 재화로 변해서 나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효자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업을 위해 피와 땀으로 온갖 고생 감수하며 이룩했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자식을 피와 땀을 흘리면서 키웠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과 정성을 다해 키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피와 땀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흘리는 것이지만 사랑과 정성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거저 주는 것이고 재화로 따진다면 피와 땀에 비할 바 없이 더욱 진한 것이지만 그런 걸 바라고 주는 것은 아니므로 사랑 정성은 더욱 값진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시집 장가가며 부모 곁을 떠날 때 자식 키운 대가를 요구하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분재는 자식 키우듯 사랑과 정성을 다할 때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마지막 주인 곁을 떠날 때는 자기에게 쏟아부어 준 사랑과 정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떠난다

*자식은 부모의 쌈짓돈까지 뺏어 가지만 분재는 떠나면서 그 쌈지에 돈을 채워 놓고 떠나는 것이 다르다

분재 소재는 카운티의 허가를 받아 수령 수십 년에서 백 년이 넘은 것을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정원공사를 하면서 캐다 버리는 고목들을 수집해서 최소 10~30년을 작가와 함께 숨을 쉬다 보면 어느덧 귀한 명목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며칠 전 25년 전 다 죽어가는 고목을 사서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워온 작품 한 점을 팔면서 딸자식 시집 보내는 마음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주인님 그동안 감사합니다. 하며 쌈지 주머니에 넣어 준 돈은 일금 수천 불 이였다. 바로 이게 사랑은 땀보다 진하고 분재가 취미의 왕이라는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