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살맛 나는 이야기

하산 길에 만난 살맛

benny kim 2011. 2. 20. 13:51

하산 길에 만난 살맛

어제저녁 김성일 목사님의 식사초대를 받고

저녁대접을 잘 받았다

얼마 전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으로 김 목사님으로부터

연로하신 독거노인들에게 나누어 드리라며

쌀을 보내 주셨는데

이런 고마울 대가 있나

그분의 뜻을 담아 직접 배달을 하였는데

받으신 분들이 김 목사님에게 감사하다는

전화를 하신 모양 이였다

좋은 일하며 베푸시는 분에 감사하는 것인 당연한 것인데도

베풀면서 감사전화에 감복해서 거꾸로 식사대접을

해야 할 사람이 대접을 받고 보니

이런 게 살맛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낫다

그래서

몇 년 전 불로그에 올려놓았던 글이 생각나서

하산 중에 살맛을 만나게 해주신 김 목사님을 위해

이글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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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과 죽을 맛이 사는 곳

 

이보소. 김형!

세상 살만큼 살아보았으니

사는 맛도 알만 하지 않소?

 

글쎄올시다

살맛이라

그 살맛 좀 보려고 여태까지 헛일만 하며 살아 온 것 같소이다.

헛일이라니 ?

세상만사 남부러울 거 없이 다 누려 보았지만

그기에 살맛이란 없었소이다.

 

그래도 항상 살맛에 대한 희망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허우적거리며 벌써 70의 고개를 넘고 보니

아 그놈의 살맛이란 게 저기 지나온 여정 아래에서

잘 가시라 손짓을 하고 있었소이다.

 

손짓하는 놈이 누구였소이까. ?

부귀영화도 아니었고

잘 먹고 잘살면서 어시 대던 놈도 아니었고

희망에 부풀어 기고만장하던 놈도 어니였소이다

 

그럼 손짓하던 그 살맛나는 녀석을 누구 이었소이까?

아주 얼릴 적이었지요.

간질병에 걸려 시가집에서 쫓겨나고 남편에서 버림받고 돌 지난

애기 들쳐 엎고 가끔 저의 집을 들리곤 하던 사촌누님이 있었지요.

발작이 일어날 때는 아무대서나 거품을 머금고 넘어지니 참 무서웠지요.

돌 지난 애기만 죽어라 울어 대였지요

이런 누님 삼촌 집에서 눈칫밥만 얻어먹다 떠나곤 했지요

어린 마음에 자나 깨나 그 불쌍한 누나 생각하면서

누나 다시 오기를 기다리던 그 마음!

 

이런 순수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살맛 이였던 것 같습니다

용돈이 생겨도 누나 생각하면서 모아 두었다가 누나가 오늘날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러다 쌀 조금 얻어 이고 떠날 때 아무도 모르게

모아 두었던 용돈 누나 손에 쥐어 주면

 

병희야!

돈보다 이세상이 다 나를 버리는데

나를 기다려 주는 네가 그리워 오는 것이고

너의 따뜻한 그 마음이 나를 울린단다.

하시며

고사리 손 꼭 쥐어 주던 그 누님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때는 정말 살맛나는 슬픔을 맛보기도 했습니다만

 

누님의 소식 기다리다 지쳐 한동안 살맛의 희망도

잃어버렸던 추억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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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비참한 때 이였지요.

피난민 가족들 학교 운동장에 움막을 치고 살았지요.

보리 겨 풀죽 끊여 먹으며 연명하던 때 이였습니다만

그러나 풀죽이라도 끓이려면 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어떤 분이 우리 집 개집 앞에 개밥그릇으로 쓰던

다 찌거러진 냄비를 빌려 달라 했지요

어머님은

빌릴 것 없이 가져가라 했는데

 

2년 후

휴전이 되고 그분들 개밥그릇 돌려주면서

온가족이 수십 번 절을 하면서 그렇게 고마워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개밥그릇 덕분으로 살아 왔다나요

 

이분 가족들의 그 감사하는 마음처럼 진정한 감사는

아직도 느껴 본적 없었습니다.

 

찌거러진 개밥그릇에 감격해 할 수 있는 인간가족

이런 야기 들으면 살맛나지 않습니까.

 

지나고 보니 살맛이란 게

멀리 있지도 않고

부귀영화 속에 있지도 않았고

 

비록 판자촌에서 풀죽으로 연명하는 곳 이였지만

인간본연의 심성으로 돌아가 더불어 사는 곳에서

살맛이 살고 잇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소득 2만 불에 몇 십 몇 백억 강아지 이름처럼

부르며 뒤주머니에 쑤셔 박아 주어도

고마워 할 줄도 모르고 어쩔 수 없는 먹이 사슬에 얽매여

모두들 죽을 맛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각박한 현주소에는

살맛보다 죽을 맛만 큰 소리 치며 살고 있는 곳이었더이다.

 

김군!

하산길이지만 희망 버리지 말고

희망가 부르며 조심해 가게

살맛이 어디에 사는지 알았으니

하산 길이지만 만날 수가 있지 않겠나.

 

희망가라!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