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야기

이민 일세들의 애환과 우정

benny kim 2007. 11. 2. 01:07

 

7순이 넘은 두 영감 친구가 있다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임형섭 회장님인데 내게는 가족보다 가까운 친구이다

임 회장님이야 마나님이 있고 아들들이 아버지 조언이 아쉬워 매일 전화를 한다지만

이 사람은 마나님도 없고 한 달에 한두 번 전화를 주고 있는 딸 둘이 달랑 남아 있을 뿐이니 사막 한가운데 집만 덩그러니 있는 이 적막강산에 혼자 살고 있는데 내가 무선 사고가 나서 쓸어 진다해도 외부에 알려 지려면 아마 몇 개월이 지나서나 가능 할연지 모르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매일 아침 7시 전후에는 임 회장의 안부전화가 반드시 온다.

여보시오, 나 임형섭 이요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나는 지금 회사 나가는 참이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이러고 끊어 버리는 전화이지만 이제는 이런 전화가 나의 생명줄처럼 느껴진다.

내가 전화를 먼저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임 회장님이 더 자주 이런 안부 전화를 해준다.

별 할 말이 없어도 이런 전화를 해주는 것은 혼자 사는 영감 정말 밤새 안녕했는지 확인해 주는 전화이고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어쩌다가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전화를 받을 때 까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전화를 하면서

아 이 영감탱이야! 왜 전화를 받지 않소.

재발 전화를 받던지 전화를 해주던지 하시오!

하는 메시지를 남겨 투정을 부리면서 걱정을 해주시는 분이다

아 이런 마당에 그만 내게 정말 사고가 났다

좀 오래된 만두가 있었는데 뭐 냉동실에 있었으니 상관없겠지 하고 라면에다 석어 끓어먹은 것이 고만 사고를 이러 킨 것이다

식중독 정말 무섭다 온몸이 나른하고 움직일 수도 없고 일어 나지지도 않는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고 속을 뒤틀리고 맥박이 뚝 떨어지고 고르지도 않다 이러다 무선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911 에 전화를 하려다

밤중에 구급차에 실려 가봐야 죽어 가는 환자만 고생바가지를 쓰게 만드는 미국의 응급실 실태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포기하고

생각나는 분이 가족도 아니고 이 친구 이었다

밤이라 전화를 했더니 전화는 꺼져 있었고 죽는시늉 하면서 메시지만 남겨 놓았다

임 회장! 어이 전화도 안 받으시오

내일 아침에 꼭 전화하시고 직접 받지 않으면 달려 와주시오 황천 갔는지도 모르니까

오늘 따라 아침 7시가 넘어서야 전화가 왔다

뭐 오늘 내려오실 것이지요?. 몇 시에 올 거요?

이 영감 내가 남겨 놓은 메시지도 열어 보지 않은 모양이다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기에

여보시오! 지난밤에는 왜 전화를 받지 않았소. 내가 남겨놓은 메시지 듣지 못했소?.

아 아직 열어 보지 못했는데

나 지난밤에 황천 가는 줄 알았소. 죽다 살아났습니다.

아니 왜?

식중독이 이었습니다.

그래요 야 이거 큰일 났네 !

내가 올라 가볼까요 ?

아니요 이제 약을 먹고 해서 살만 하오 자주 연락이나 합시다.

나 지금 말할 힘도 없으니 또 연락 합시다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이런 경우에 이 친구야 말로 나의 생명줄처럼 느껴졌다

한숨도 자지 못해 몹시 피곤했다 그래도 속이 너무 비어 있으니 억지로 라도 뭘 좀 채워야 갰다 생각 하고 사과 복숭아 포도 등등 과일을 대충 믹서에 넣고 과일주스 해서 먹고 잠을 좀 보충해야 갰다고 생각 하고 있는데 불쑥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요?

하면서 들어서는 임 회장 이었다

아니 오지 말라했는데 먼 길을 달려 오셨소?.

친구가 아프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란 말이요? 의리도 없게

이 친구 전화 받자마자 만사 제겨 놓고 1시간 반 을 운전해서 85(187Km) 마일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단숨에 달러 온 것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60-70대 우리 노인들 세계에서는 아직도 이런 우정이 있고 정이 살아 있는데 이민 일세들의 비애는 자식들 위해 등골이 빠지도록 일을 하면서 자식들 성공시켜 독립시켜 놓게 되면 이놈들은 호랑이 새끼처럼 뿔뿔이 흩어 지고고 문화의 벽 세대 간의 벽에 갇혀 남아 있는 노인들만이 달랑 남아 이렇게 우정을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이민 1세들의 애환이라 하겠다.